법무법인 송천 파트너변호사 김혜민

2022년 10월 17일, 전북 군산시 하수관거 정비사업 현장에서 하청업체 근로자가 지반 붕괴로 매몰되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청은 공사시방서를 무시하고 흙막이 지보공을 먼저 철거했다. 원청은 위험성 평가서를 작성했고 안전관리 조직도 갖췄다. 그리고 2024년, 법원은 원청 대표와 현장소장에게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무죄를 선고했다.
표면적으로는 원청의 승소다. 그러나 이 판결을 계속적으로 안심할 근거로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위험한 오판이다.
무죄의 이유가 다음 유죄의 근거가 된다
법원의 논리는 명확했다. '원청이 하청의 시방서 위반을 지시하거나 알면서 방치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안전관리체계 일부 미비와 사고 발생 간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증거가 없다"는 부분이다. 원청이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몰랐다는 것이 무죄의 이유였다. 그렇다면 역으로, 다음 사고에서 검찰이 "원청이 알 수 있었음에도 관리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제시한다면? 그때는 무죄 판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법원은 원청이 '안전보건관리책임자 평가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의 조치의무를 위반한 사실은 인정했다. 단지 이번에는 사고와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을 뿐이다. 형식적 체계만으로는 언제든지 뚫릴 수 있는 방어선이라는 뜻이다.
통제할 수 없다면 책임도 질 수 없다 – 그러나 법원은 묻지 않는다
많은 원청 관계자들이 이렇게 말한다. "하청이 멋대로 한 건데 우리가 어떻게 24시간 감시하나?"
맞는 말이다. 그러나 법원과 검찰은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았는가?"
중대재해처벌법은 "실질적 지배·운영·관리"를 핵심 개념으로 한다. 원청이 하청 작업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지 못한다면, 향후에 그것은 원청의 면책 사유가 아니라 관리 능력의 부재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군산 사고에서 만약 다음과 같은 시스템이 있었다면, 원청은 "우리는 실질적으로 관리했고, 하청이 시스템을 우회했다"고 당당히 주장할 수도 있다. 이것이 예방적 안전관리이자 진짜 방어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 - 디지털 시공관리 앱에서 "흙막이 철거" 단계 진입 시 "되메움 완료 사진 업로드" 필수
- - 굴착면에 설치된 기울기 센서가 위험 수치 감지 시 원청 본사에 자동 알림
- - 출입금지 구역 AI 카메라가 근로자 진입 3초 만에 현장소장 휴대폰에 경보 발송
스마트 안전관리는 비용이 아니라 리스크 헤지다
일부 건설사는 스마트 안전관리 기술을 "추가 비용"으로 본다. 그러나 법률가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했음을 입증하는 수단이다. 중대재해처벌법 리스크를 헤지하는 일종의 보험이기도 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에게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요구한다. 문제는 이것이 서류상 절차로만 존재할 때, 법정에서 "실질적 이행"을 입증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센서 데이터, 시스템 알림 로그, 디지털 작업 승인 기록은 "우리는 절차대로 관리했다"는 객관적 증거가 된다.
한 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 징역형 리스크, 법인 벌금 최대 50억 원, 작업중지 명령으로 인한 공기 지연, 입찰 참가자격 제한, ESG 평가 하락, 기업 평판 손실 등이 복합적으로 발생한다. 이 모든 것을 합치면 수백억 원 규모를 상회한다. 반면 스마트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 비용은 대형 현장 기준 수억 원 수준이다. ROI는 명확해 보인다.
더 중요한 것은, 법원의 판단 기준이 변하고 있고, 이제 스마트 안전관리는 선택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에는 "관리감독자를 배치했는가"를 물었다면, 이제는 "배치된 관리감독자가 실질적으로 현장을 통제할 수 있었는가"를 묻는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관리 수단이 존재하는데도 이를 도입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법원이 볼 때 "합리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메이저 건설사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AI 안전관제센터, IoT 센서, 디지털 트윈 기반 통합관리 시스템 등을 표준화하고 있다. 기술 격차가 곧 법적 책임의 격차가 되는 시대다.
예방이 최선의 방어다
군산 판결은 원청에게 일시적 안도감을 줬지만, 동시에 명확한 경고를 남겼다. "다음에는 이렇게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는 메시지다. 법원이 인정한 것은 "이번에는 몰랐다"는 것이지, "몰라도 된다"가 아니다. 검찰은 이미 다음 사건을 위해 입증 전략을 수정하고 있을 것이다. "원청이 기술적으로 관리 가능했음에도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았다"는 논리로 말이다.
스마트 안전관리는 이제 법적 의무 이행의 핵심 수단이자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는 증거 확보 전략이다. 데이터로 입증할 수 없는 관리는 법정에서는 '관리'가 아니다.
무죄 판결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진짜 안전관리는 지금부터다.
법무법인 송천 파트너변호사 김혜민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274, 9층(서초동, 블루콤타워)
전 화 : 02-585-1472
이메일 : khm@songcheonlaw.com
홈페이지 : www.songcheo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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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17일, 전북 군산시 하수관거 정비사업 현장에서 하청업체 근로자가 지반 붕괴로 매몰되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청은 공사시방서를 무시하고 흙막이 지보공을 먼저 철거했다. 원청은 위험성 평가서를 작성했고 안전관리 조직도 갖췄다. 그리고 2024년, 법원은 원청 대표와 현장소장에게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무죄를 선고했다.
표면적으로는 원청의 승소다. 그러나 이 판결을 계속적으로 안심할 근거로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위험한 오판이다.
무죄의 이유가 다음 유죄의 근거가 된다
법원의 논리는 명확했다. '원청이 하청의 시방서 위반을 지시하거나 알면서 방치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안전관리체계 일부 미비와 사고 발생 간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증거가 없다"는 부분이다. 원청이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몰랐다는 것이 무죄의 이유였다. 그렇다면 역으로, 다음 사고에서 검찰이 "원청이 알 수 있었음에도 관리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제시한다면? 그때는 무죄 판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법원은 원청이 '안전보건관리책임자 평가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의 조치의무를 위반한 사실은 인정했다. 단지 이번에는 사고와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을 뿐이다. 형식적 체계만으로는 언제든지 뚫릴 수 있는 방어선이라는 뜻이다.
통제할 수 없다면 책임도 질 수 없다 – 그러나 법원은 묻지 않는다
많은 원청 관계자들이 이렇게 말한다. "하청이 멋대로 한 건데 우리가 어떻게 24시간 감시하나?"
맞는 말이다. 그러나 법원과 검찰은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았는가?"
중대재해처벌법은 "실질적 지배·운영·관리"를 핵심 개념으로 한다. 원청이 하청 작업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지 못한다면, 향후에 그것은 원청의 면책 사유가 아니라 관리 능력의 부재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군산 사고에서 만약 다음과 같은 시스템이 있었다면, 원청은 "우리는 실질적으로 관리했고, 하청이 시스템을 우회했다"고 당당히 주장할 수도 있다. 이것이 예방적 안전관리이자 진짜 방어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스마트 안전관리는 비용이 아니라 리스크 헤지다
일부 건설사는 스마트 안전관리 기술을 "추가 비용"으로 본다. 그러나 법률가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했음을 입증하는 수단이다. 중대재해처벌법 리스크를 헤지하는 일종의 보험이기도 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에게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요구한다. 문제는 이것이 서류상 절차로만 존재할 때, 법정에서 "실질적 이행"을 입증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센서 데이터, 시스템 알림 로그, 디지털 작업 승인 기록은 "우리는 절차대로 관리했다"는 객관적 증거가 된다.
한 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 징역형 리스크, 법인 벌금 최대 50억 원, 작업중지 명령으로 인한 공기 지연, 입찰 참가자격 제한, ESG 평가 하락, 기업 평판 손실 등이 복합적으로 발생한다. 이 모든 것을 합치면 수백억 원 규모를 상회한다. 반면 스마트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 비용은 대형 현장 기준 수억 원 수준이다. ROI는 명확해 보인다.
더 중요한 것은, 법원의 판단 기준이 변하고 있고, 이제 스마트 안전관리는 선택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에는 "관리감독자를 배치했는가"를 물었다면, 이제는 "배치된 관리감독자가 실질적으로 현장을 통제할 수 있었는가"를 묻는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관리 수단이 존재하는데도 이를 도입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법원이 볼 때 "합리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메이저 건설사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AI 안전관제센터, IoT 센서, 디지털 트윈 기반 통합관리 시스템 등을 표준화하고 있다. 기술 격차가 곧 법적 책임의 격차가 되는 시대다.
예방이 최선의 방어다
군산 판결은 원청에게 일시적 안도감을 줬지만, 동시에 명확한 경고를 남겼다. "다음에는 이렇게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는 메시지다. 법원이 인정한 것은 "이번에는 몰랐다"는 것이지, "몰라도 된다"가 아니다. 검찰은 이미 다음 사건을 위해 입증 전략을 수정하고 있을 것이다. "원청이 기술적으로 관리 가능했음에도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았다"는 논리로 말이다.
스마트 안전관리는 이제 법적 의무 이행의 핵심 수단이자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는 증거 확보 전략이다. 데이터로 입증할 수 없는 관리는 법정에서는 '관리'가 아니다.
무죄 판결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진짜 안전관리는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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