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짜리 뇌물 확약서가 6명을 죽였다

<출처 : 한국건설신문> http://www.conslove.co.kr/news/articleView.html?idxno=87806

공사현장 내 검측, 종이 서류만으로는 한계 명확해
AI가 검증하고 데이터가 증명하는 플랫폼 필요한 때

af42ad3dc8555.png이기상 씨엠엑스 대표.

지난해 2월,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6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난 진실은 화재보다 충격적이었다. 공정률 91%의 미완공 건물이 이미 사용승인을 받은 상태였던 것이다.소방설비가 미완성된 건물에 어떻게 준공 도장이 찍혔을까. 시행사와 시공사는 감리업체 소방 담당에게 허위 보고서 작성 대가로 1억원을 약속하는 '뇌물 확약서'를 건넸고, 수천만원이 실제로 전달되었다.담당 건축사는 제대로 된 확인 없이 '적합' 조서를 작성했고, 공무원에게는 장당 15만원짜리 호텔 식사권 124장이 뿌려졌다.

이 사건의 본질은 단순한 인허가 비리가 아니다. 감리 보고서가 '종이'이기 때문에 가능한 범죄였다. 종이 문서는 사후에 작성할 수 있고, 현장에 가지 않고도 도장을 찍을 수 있으며, 날짜를 조작할 수 있다.
수사를 지휘한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장은 "사실상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고 꼬집었다. 종이 위의 도장은 '그 시각, 그 현장에서, 그 사람이 직접 확인했다'는 아무런 증거도 되지 못한다.

여기서 음주운전 단속을 떠올려 보자. 음주 호흡 측정기는 현장에서 즉시 데이터를 생성하고, 결과는 그 자리에서 확정되며 법적 효력을 갖는다.
사후에 보고서를 쓰는 일도, 뇌물로 눈금을 바꿀 여지도 없다. 기계가 측정하고, 데이터가 즉시 기록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건설현장의 검측은 왜 여전히 사람의 판단과 종이 문서에 의존하는가.

반얀트리 사건은 극단적 사례가 아니다. 종이서류 검측 체계의 구조적 취약점은 모든 건설현장에 잠재해 있다. 검측 결과가 공유되기까지 수 시간에서 수 일의 시차가 발생하니, 철근 배근 오류가 발견되어도 시정 전에 콘크리트가 타설된다.
기록이 파편화되니 동일한 하자가 반복되어도 원인 분석이 불가능하다. 서류상으로는 완벽하지만 실제로는 부실한 '서류 감리'가 만연한 까닭이다. 무인자동차가 돌아다니는 시대에, AI가 논문을 쓰는 시대에 공사서류는 여전히 종이와 볼펜이라니.

해법은 이미 존재한다. 국내에서는 콘업(Conup)과 아키엠(ArkiM) 같은 AI 기반 디지털 검측 플랫폼이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감리자가 태블릿으로 검측 결과를 입력하면 즉시 클라우드에 동기화되고, GPS 위치정보와 타임스탬프가 자동 기록되어 허위 보고가 물리적으로 차단된다.
AI 컴퓨터 비전이 시공 사진을 분석해 결함을 자동 탐지하고, 검측 요청부터 승인까지 전 과정이 디지털 이력으로 남아 사후 조작이 봉쇄된다. 기술은 준비되어 있다. 종이를 내려놓을 용기만 있으면 된다.

만약 반얀트리 현장에 AI 기반의 실시간 디지털 검측 플랫폼이 적용되었다면 어떠했을까. 검측 데이터가 입력 즉시 클라우드에 기록되어, 공정률 91%를 '완공'으로 둔갑시키는 일은 시스템상 불가능했을 것이다.
스프링클러 미설치 사실이 감리자·발주처·소방 당국에 실시간으로 공유되었다면, 소방감리자는 허위 감리 조서를 작성할 수 없었을 것이다. 6명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이제는 건설기술 진흥법에 AI 기반 디지털 검측의 우선적 지위를 명시하고, 발주처는 입찰 단계부터 AI 디지털 검측 플랫폼 적용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감리사와 건설사는 현장의 모든 검측 행위가 실시간으로 기록·검증되는 '현장 직결형 감리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감리가 '사람을 믿고 도장을 맡기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AI가 검증하고 데이터가 증명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종이를 데이터로 대체하지 않는 한, 제2, 제3의 사고는 반드시 반복된다.
그 경고는 이미 현실이 되었다. 2025년 12월 광주 대표도서관 신축 현장의 붕괴사고로 4명이 또 목숨을 잃었다. 종이 위의 감리는 그 어떤 것도 걸러내지 못했다.
반얀트리에서 광주까지, 10개월 사이에 10명이 죽었다. AI 기반의 디지털 검측 플랫폼을 통한 실시간 현장 직결형 감리,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출처 : 한국건설신문(http://www.conslov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