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심도 철도 및 고속도로 개발전략과 TBM의 활용

지하에서 찾는 교통 혁신 전략, 조속한 도입 필요
지하 교통 인프라 통해 새로운 미래 열어갈 때 

21e43eb8c4c91.jpg

<오원섭 기계산업전략연구원장> 

■ 지하 공간 활용의 필요성

급격한 도시화와 교통 수요 증가로 인해 지상 교통 인프라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권은 도로 정체와 철도 혼잡으로 경제적 손실과 시민 불편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지상에는 더 이상 충분한 공간이 없거나 토지 확보에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지하 공간을 활용한 대심도 교통 인프라가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이미 광역 교통망 구축 계획 등을 통해 지하 대심도 철도망(GTX 등)과 지하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며, 교통 혼잡 완화와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전략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전국 단위의 대심도 철도·고속도로 개발 전략이 정책 의제로 부상했다.

■ 주요 사업 현황 : GTX와 수도권 순환망 등 추진 가속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사업은 대심도 철도망의 핵심으로, 수도권 주요 거점을 20~30분대로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GTX-A 노선은 지하 40m 안팎의 깊은 대심도 터널로 건설돼 2024년부터 단계별 개통후 2026년 말 전 구간 개통을 앞두고 있다. 요컨대, GTX-A가 개통하면 파주 운정에서 서울역까지 18분대에 주파하는 등 기존 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게 되는 것이다.
GTX-A 건설에는 TBM(터널보링머신) 공법 등 첨단 기술이 동원되어 지하 깊은 구간을 안전하게 뚫고 있다. 뒤이어 GTX-B 노선은 2024년 착공해 2030년 개통을 목표로 인천 송도서울역~마석 구간 공사가 진행 중이며, GTX-C 노선도 2026년 착공했다.
GTX망이 완성되면 수도권 주민의 출퇴근 시간이 크게 줄고, 서울 도심과 외곽 신도시를 연결하는 30분 생활권이 실현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수도권 교통 혼잡 완화는 물론 주거 분산과 지역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도로 부문에서는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수도권 외곽을 둘러싸는 총연장 260km의 이 거대 순환망은 14조원대 예산을 투입해 단계적으로 건설 중이며, 이미 13개 구간 중 9개 구간이 개통됐다.
나머지 구간 중 유일하게 착공이 지연된 인천~안산 구간도 환경 영향 협의를 마치고 2024년 하반기 공사에 들어갔으며, 2029년까지 전 구간을 연결할 계획이다.
이 순환고속도로가 완성되면 수도권 서남부 물류 이동이 원활해져 물류비 절감과 지역 균형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기존 수도권 내부의 경부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등의 상습 정체 구간도 상당 부분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서울 도심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계획은 주목되는 대심도 도로 프로젝트다. 현재 한남대교~양재 나들 목 구간 지상부는 서울에서 가장 정체가 심각한 구간으로, 출퇴근 시간대 평균 속도가 시속 9㎞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서울시는 해당 구간에 민자 방식 지하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당초에는 기존 도로 아래 대심도(지하 40~50m) 터널을 관통시키고 그 위로 별도 연결도로를 두 층으로 쌓는 구상이었으나, 안전성과 비용 문제로 노선을 양쪽으로 우회시키는 방향으로 수정됐다.
새 계획에 따르면 경부고속도로와 올림픽대로를 잇는 일방향 2차선 터널 2개가 동서측에 각각 건설되며, 이 사업은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민자적격성 조사 등을 거치고 있다. 지하화 사업이 실현되면 지상부에는 최소한의 차로만 남기고 나머지 공간을 공원화 하여 도시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
또 지하도로로 차량을 분산함으로써 해당 구간 평균 통행속도가 기존 23㎞/h에서 69㎞/h로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어, 극심한 정체 해소와 도심 간 동서단절 극복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다만 총 사업비가 2조원대를 훌쩍 넘길 것으로 보여 막대한 재원 확보가 과제로 남아 있다.

이외에도 부산에서는 지난 2월 첫 대심도 지하고속도로인 만덕~센텀 도시 고속화도로가 개통됐다. 총 연장 9.62km 구간의 터널을 통해 현재 40분 넘게 걸리는 부산 도심 횡단 시간이 11분대로 단축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부산시는 이를 통해 연 648억 원의 통행 비용 절감 효과와 1조 2천억원대의 생산 유발효과 등 경제적 편익이 발생하고, 도심 교통 혼잡 완화와 지역균형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이처럼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 주요 도시권에서 대심도 터널을 활용한 도로 확충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지하 인프라 개발 전략이 전국 단위로 확산되고 있다.

■ 향후 전략 방향 : 혼잡 완화, 연계성 강화, 물류 효율 제고

이러한 사업들을 종합한 전국 단위의 대심도 인프라 전략을 수립함에 있어, 교통 혼잡 완화와 도시 간 연계성 강화, 장기적 물류 효율성 확보를 핵심 목표로 삼아야 한다.

먼저, 상습 혼잡 구간 분산 전략이 필요하다. 수도권의 경우 GTX와 지하고속도로를 통해 도심으로 몰리는 교통량을 분산시키고, 지상 교통의 병목 현상을 완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GTX 개통에 맞춰 환승 센터 구축과 연계 버스체계 개선 등 연계 교통 대책을 병행하여, 승용차 수요를 대중교통으로 전환하고 도로 혼잡을 줄이는 정책이 요구된다.
도로 분야에서는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 완성 후 기존 순환로와 방사형 고속도로들의 정체가 줄어들도록 통행료 조정이나 물류 경로 안내 시스템을 도입해 차량들이 지하 순환로를 적극 활용하게 할 필요가 있다.

도시 간 연계성 강화 측면에서는 광역 거점들이 대심도 교통망으로 촘촘히 연결됨으로써 국토의 메가시티권 형성이 가속화되도록 해야 한다.
수도권 GTX망 구축 경험을 토대로,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권이나 충청권 등 다른 광역권에서도 대심도 급행 철도나 지하 고속화도로를 검토할 수 있다.
이러한 초광역 교통망은 지역 거점 도시들을 30분~1시간 생활권으로 묶어 주어 지역 경제권 통합과 균형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나아가 국가 철도망 측면에서도, 표면 교통 여건이 열악한 구간에 대심도 터널을 활용한 고속화 신규 노선을 구축해 간선망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산악지형이 많은 구간은 지하 직선 터널로 우회하여 거리와 시간을 단축시키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런 전략들은 모두 도시 간 이동성을 개선하고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이동 시간을 줄여 삶의 질을 높이는 효과를 지향한다.

물류 효율성 확보도 중요한 축이다. 전국 물류망에서 병목으로 지적되는 도심 통과 물류를 원활히 하기 위해,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와 같은 외곽 순환망을 강화해야 한다.
수도권 제2순환선이 2029년 완전 개통되면 서해안선·영동선 등의 만성 정체가 완화되고, 항만·공항과 내륙 물류 거점 간 연결이 빨라져 물류비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이러한 외곽 물류 대동맥을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 주요 권역별로 확충하여, 화물 차량이 도심에 진입하지 않고도 우회 이동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장기 과제다.
또한 향후 대심도 터널 건설 시 화물 수송 수요도 염두에 두어, 물류 전용차량이나 자율주행 트럭의 운행 환경을 고려한 설계를 도입하면 중장기적으로 물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국내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로서, 교통 인프라 전략 수립 시 경제성 분석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일이다.

■ 기술적 고려 : TBM 공법의 활용과 안전성

대심도 철도와 도로를 구축하는 데에는 첨단 터널 굴착 기술의 활용이 필수적이다. 특히 터널 굴착 과정에서 TBM(Tunnel Boring Machine) 공법은 경제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큰 장점을 지니고 있어 정책적으로도 주목해야 한다.
TBM 공법은 전통적인 화약 발파식(NATM) 터널 굴착과 달리, 원형 커터헤드를 이용해 암반을 기계적으로 굴착하는 방식이다. 발파가 필요 없으므로 소음과 진동 발생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안전성이 높으며, 장대터널 시공 시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공사비를 절감하는 효과까지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GTX-A 노선 등 도심 대심도 터널 공사에 TBM 기술이 적용되어, 복잡한 지층 아래에서도 안전하게 굴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주택 밀집지역이나 도심지를 지나는 대심도 사업에서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지반침하 등의 위험을 낮추는 데 매우 유용한 기술이다.
정책 입안자들은 향후 지하 인프라 전략에 있어 TBM 등 저진동·저소음 시공 기법의 지속적 개발과 현장 적용을 뒷받침해야 한다. 국산 TBM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시공 표준을 정립함으로써, 대심도 사업의 기술적 완성도와 비용 효율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안전 관리 측면에서, 대심도 터널의 설계·운영 기준을 고도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지하 40m 이상의 깊은 터널에서는 환기, 방재, 비상대피체계 등에서 지상 구조물과 다른 기준이 요구된다.
정부는 관련 지침을 이미 일부 마련하여 시범 적용 중이며, 향후 GTX 역사나 장대 터널 구간에 대한 특별 안전기준을 법제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적으로는 이러한 안전 기준 강화에 투입되는 비용도 장기 투자로 보고, 국민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기술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향후 GTX 역사나 장대 터널 구간에 대한 특별 안전기준을 법제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적으로는 이러한 안전 기준 강화에 투입되는 비용도 장기 투자로 보고, 국민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기술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재정 확보와 민자사업 활용 방안

대심도 철도·도로 사업은 초기 투자비가 막대하여 공공 재정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민간투자사업(PPP) 모델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이미 GTX-A 등 일부 노선은 민간 자본이 참여하는 BTO 방식으로 추진되어 민간사업자가 운영 수익을 통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구조이며, 서울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구상 역시 민자 적격성 조사를 거치는 중이다.
민자사업을 도입하면 재정 부담을 분산시키고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민간 자본이 참여할 경우 수익성 제고를 위한 통행료 인상이나 노선 변경 등의 우려가 나올 수 있으므로, 정부는 수익률 상한 설정과 운영 규제 등을 통해 공공성을 담보해야 한다.

다양한 혼합 금융조달 전략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지하도로 상부 개발을 연계한 토지 개발 수익으로 일부 건설비를 충당하거나,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등 특별 재원을 배분하여 전략적 사업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이다.
서울시가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와 연계해 고속터미널 부지 개발 등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공공 기여로 확보하려는 시도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이처럼 민자 유치+개발이익 환수+정부 지원을 조합한 재원 조달 전략을 짜면, 초대형 사업도 현실화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

마지막으로 중장기 재원 계획 측면에서, 대심도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향후 교통혼잡 비용 절감, 물류비 절감, 환경 개선 등으로 사회적 편익을 가져옴을 감안해 선제적 투자를 검토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채 발행이나 인프라 펀드 등을 통해 미래세대가 혜택을 함께 누리도록 비용을 분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국가와 민간이 역할을 분담하여 지속가능한 재원 마련 구조를 구축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대심도 교통망 전략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 맺음말 : 지하 교통 인프라로 여는 미래

전국 단위 대심도 철도 및 고속도로 전략은 당면한 교통 문제의 해결책일 뿐만 아니라, 향후 대한민국의 도시 구조 개편과 경제 도약을 뒷받침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지하 40~50m 공간에 구축되는 새로운 교통망은 지상 공간을 시민에게 돌려주고 도시 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사람과 물류의 이동 속도를 높여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러한 비전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치밀한 정책 설계와 단계별 이행 전략이 필요하다. 정책 입안자는 교통 혼잡 완화와 연계성 강화, 물류 효율 제고라는 큰 목표 아래 현재 진행 중인 GTX, 수도권 순환고속도로 등 사업들을 차질 없이 완수하고, 전국으로 그 성공 모델을 확산시켜야 한다.
동시에 TBM 공법 등 혁신 기술과 민간투자 유치를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경제성과 안전성을 모두 잡는 스마트한 인프라 구축이 요구된다.
이제 교통 정책의 무대를 지상에서 지하로 까지 넓혀 입체적인 국가 교통망 전략을 추진할 때다. 지하 공간을 향한 과감한 도전과 현명한 정책 결단이, 대한민국 교통의 새 지평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