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BIM, 빠른 도입보다 '제대로 된 정착'이 먼저

<칼럼 : 김미진 에이앤티엔지니어링 이사> 출처 : 한국건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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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오류 검토 등 현장 문제 해결하는 방향이 최우선
겉으도 드러나는 화려함 대신 기본과 실속에 충실해야 


건설산업에도 인공지능(AI)의 바람이 거세다. 법규와 설계기준을 분석하고, BIM 모델을 자동으로 생성하며, 반복적인 설계업무를 줄여주는 기술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AI와 BIM의 결합은 분명 건설산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변화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AI BIM을 얼마나 빨리 도입하느냐에 대한 경쟁이 아니라, 어떤 과정을 거쳐 건설산업에 제대로 정착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AI BIM은 한 번에 완성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BIM이 그러했듯 설계에서 시작해 시공과 유지관리로 이어지는 건설 생애주기 전체에서 단계적으로 발전해야 한다.
특히 기존 BIM이 설계단계의 모델 작성이나 납품에 머무르는 경우가 있었다면, AI BIM은 이러한 한계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설계단계에서 보기 좋은 BIM 모델을 자동으로 만드는 것만으로는 건설산업의 실질적인 혁신이라고 하기 어렵다.

더 중요한 것은 시공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AI BIM이다. 철근, 철골, 기계, 전기, 소방, 마감 등 전문 공종의 시공자가 참여해 BIM 정보를 검토하고, 실제 시공 방법과 공정, 물량, 간섭, 시공성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AI BIM의 성과는 "얼마나 자동으로 모델을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현장의 문제를 얼마나 줄였는가"로 평가돼야 한다.

필자는 이를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개발되어야 할 분야 중 하나가 설계오류 검토 AI BIM이라고 본다.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재시공과 공사비 증가, 공기 지연의 상당 부분은 설계도서 간 불일치, 누락, 간섭, 변경사항 미반영 등 다양한 문제와 연결된다.
AI가 BIM 모델과 도면, 설계기준, 시방조건 등을 함께 분석해 이러한 오류 가능성을 사전에 찾아내고 설계자와 시공자에게 알려줄 수 있다면 AI BIM은 현장에서 매우 실질적인 가치를 갖게 된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중요한 원칙이 있다. AI의 검토 결과가 곧 정답이 되어서는 안 된다. AI는 오류 가능성을 찾아내고 검토를 지원하는 도구이며, 결과의 적정성을 판단하고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결국 전문성을 가진 건설기술인의 몫이어야 한다.
AI BIM의 발전은 사람의 판단을 제거하는 방향이 아니라, 사람의 판단을 더욱 정확하게 지원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건설기술인의 경험과 성장 문제다. 수십 년 동안 설계와 시공 경험을 축적한 경력자에게 AI는 반복업무를 줄이고 자신의 판단을 재확인·재검증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반면 경험이 부족한 신입 기술자가 처음부터 AI가 만들어 준 결과만 받아들이게 된다면, 도면을 직접 작성하고 오류를 발견하며 선배의 피드백을 받아 성장하던 과정이 사라질 수 있다.

AI가 업무를 대신해 주는 것과 AI가 경험까지 대신해 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따라서 AI BIM을 모든 건설기술인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하기보다는 초급·중급·고급·특급 등 기술인의 경험과 역량에 따라 활용 범위와 검증 절차를 달리하는 접근도 필요하다.
초급 기술인에게 AI는 정답을 대신 만들어 주는 도구보다 설계 근거와 오류 원인을 설명하며 경험을 축적하게 하는 교육·보조 도구가 되어야 한다. 반면 숙련된 기술인에게는 반복업무 자동화와 대안 분석, 재검증을 지원하는 전문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결국 AI BIM의 발전 방향은 명확하다. BIM 기반을 먼저 제대로 구축하고, 설계에서 시공과 유지관리로 연결하며, 그 과정에서 AI를 단계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설계 자동화에서 출발해 설계오류 검토, 시공성 검토, 공정·물량 연계, 전문공종 협업, 유지관리와 디지털트윈으로 발전하는 현실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

급격한 AI BIM 도입은 단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충분한 검증체계와 교육, 현장 적용 과정 없이 기술만 앞세운다면 오히려 기술인의 경험 축적을 방해하고 AI 의존도를 높이는 독(毒)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AI BIM의 목표는 사람을 줄이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설계오류를 줄이고, 재시공을 줄이고, 공사비와 공기를 절감하며, 더 안전하고 정확하게 시공할 수 있도록 건설기술인의 판단을 돕는 것이어야 한다.

AI BIM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가장 화려한 AI 기술이 아니다. 설계에서 시공, 유지관리까지 이어지는 BIM의 기본을 얼마나 충실히 구축했는가, 그리고 AI가 실제 건설현장의 문제를 얼마나 해결했는가가 그 기준이 되어야 한다.
AI BIM은 빨리 가는 기술이 아니라, 제대로 가야 하는 기술이다. 기술이 사람의 경험을 빼앗는 AI BIM이 아니라, 경험을 축적하고 검증하며 실제 시공의 품질을 높이는 AI BIM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것이 건설산업에서 AI BIM이 지속가능하게 자리 잡기 위한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