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이제 하자를 피하려 하지 말고 받아들이자. 그리고 미리 대응하자

<칼럼 : 성건엔지니어링 홍성효 대표> 출처 : 한국건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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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들은 더 이상 건설사의 설명을 듣고만 있지 않는다
하자 없다고 우기는 대신 받아들이고 관리하는 자세 필요 


얼마 전 아파트 입주민들이 전문 드론업체에 의뢰해 외벽 하자를 조사했다는 기사를 봤다.
전문업체는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고층 외벽을 촬영했고, 확보된 영상과 사진을 바탕으로 균열과 외벽 마감 상태를 확인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드론이라는 장비 자체가 아니다. 외벽 조사를 주도하고 전문업체에 검증을 의뢰한 주체가 건설사가 아니라 입주민이었다는 사실이다.
건설사의 점검 결과와 설명만으로는 안심하기 어렵다고 느낀 입주민들이 직접 비용을 들여 외부 전문업체에 조사를 맡기고, 하자의 위치와 규모를 객관적인 자료로 남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하자조사 방식이 달라졌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건설사에 대한 신뢰가 충분히 형성되지 못한 상황에서 입주민이 스스로 검증에 나서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입주민은 이제 건설사의 설명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외부 전문가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그 결과를 근거로 건설사에 책임 있는 설명과 조치를 요구한다.
그렇다면 건설사는 입주민이 외부 전문업체를 통해 문제를 확인한 뒤에야 대응할 것인가. 아니면 공사 중에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고, 준공 전에 조치한 뒤, 그 과정과 결과를 먼저 설명할 것인가.
앞으로 건설사의 경쟁력은 '하자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공사 중 하자를 선제적으로 찾아내고, 준공 전에 충실히 조치하며, 그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설명해 신뢰를 쌓는 데서 나온다.

■ 준공 후 발견된 하자는 정말 그때 생긴 것인가

입주 후 하자가 발견됐다고 해서 그 원인까지 준공 후에 생긴 것은 아니다. 균열과 누수, 결로, 들뜸, 박락, 창호 접합부 불량과 설비 관통부 누수 등의 시공 불량 등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상당수는 시공 과정에서 이미 원인이 형성된다.
당시에는 마감재에 가려져 드러나지 않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비로소 '준공 후 하자'로 인식될 뿐이다

따라서 이제 우리 엔지니어들은 달라져야 한다. 준공 후 드러난 하자를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보다, 공사 중에 하자 및 결함을 조사, 분석하여 그 원인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물론 모든 하자를 시공 단계에서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 그러나 방수층을 덮기 전에 시공 상태를 확인하고, 창호와 외벽 접합부의 기밀 상태를 마감 전에 점검하며, 콘크리트 균열의 위치와 폭, 변화 여부를 기록하고 추적한다면 상당수 하자를 예방하거나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다.

결국 준공 후 하자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대책은 사후 방어를 강화하는 데 있지 않다. 공사 중 문제를 먼저 발견하고 기록하며, 제때 조치하는 적극적인 품질관리에서 시작된다.

■ 균열관리대장은 왜 작성하는가

공사 중 문제를 먼저 발견하고 기록하는 대표적인 품질관리 자료가 균열관리대장이다. 현장에서 확인된 균열의 위치와 폭, 길이, 형태, 확인 시점, 보수 내용과 재점검 결과를 지속적으로 기록한다.
그런데 이 대장은 단지 준공서류를 갖추거나 감리자의 확인을 받기 위해 작성하는 것인가. 본래 목적은 균열의 변화를 추적하고 보수의 적정성을 확인하며, 준공 후 동일한 부위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객관적인 판단 근거로 활용하는 데 있다.

균열관리대장은 단순한 서류가 아니다. 건축물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확인된 균열의 상태와 조치 이력을 축적한 품질 데이터다. 도면상의 위치, 균열의 형태와 방향, 폭과 길이, 보수 방법과 재점검 결과가 하나의 이력으로 연결돼야 한다.
이러한 기록이 남아 있어야 준공 후 균열이 발견됐을 때 새로 발생한 것인지, 기존 균열이 진행된 것인지, 보수한 부위에서 다시 발생한 것인지 판단할 수 있다.

균열관리대장이 제대로 작동하면 준공 후에도 관계자의 기억이나 상반된 주장에 의존하지 않고 기록과 데이터에 근거해 설명할 수 있다. 반대로 기록이 누락되거나 단절되면 기술적 판단이 들어설 자리를 책임 공방이 대신하게 된다.
결국 균열관리대장은 준공을 위한 형식적인 서류가 아니라, 준공 이후까지 이어지는 품질관리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 소를 잃은 뒤에야 외양간을 고쳐야 하는가

건설사가 준공 후 입주자의 하자 신고가 접수된 뒤에야 조사하고, 민원이 커진 뒤에야 원인을 분석하며, 소송이 제기된 뒤에야 공사 중 품질기록을 찾는다면 소를 잃은 뒤 외양간을 고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시공 중에는 관련 작업자와 장비가 현장에 있고, 마감 전에는 구조체와 접합부가 드러나 있어 문제 부위에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 문제를 발견하면 자재 교체나 재시공의 범위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준공 후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마감재를 철거하고 입주자의 생활공간에 다시 들어가야 한다. 외벽에 문제가 있다면 고소작업 장비나 가설시설을 다시 설치해야 할 수도 있다. 여기에 입주민의 생활 불편과 민원 대응, 전문가 조사, 하자 감정, 법률 검토와 소송 비용까지 더해진다.
같은 하자라도 공사 중에 발견해 조치하는 비용과 준공 후에 대응하는 비용은 결코 같을 수 없다.

그러면 하자를 미리 발견하는 데 드는 비용을 단순한 추가 부담으로만 볼 것인가. 아니면 준공 후 발생할 더 큰 보수비와 분쟁 비용, 신뢰 훼손을 줄이기 위한 선제적 투자로 볼 것인가.
예방 비용은 당장 눈에 보이지만, 사후 대응 비용은 시간이 흐른 뒤 더 큰 비용과 갈등으로 돌아온다.

■ 입주자는 여전히 정보의 약자인가

과거에는 건설사와 입주민 사이의 기술정보 격차가 컸다. 입주민은 건설사가 제공하는 설명과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인터넷과 영상 플랫폼, 온라인 커뮤니티, 하자점검 전문업체와 인공지능 기반 검색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입주민은 균열과 누수의 원인, 하자보수 절차, 유사 분쟁 사례에 관한 정보를 빠르게 찾을 수 있게 됐다.

입주민 개개인이 건설 전문가가 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더 이상 건설사의 설명만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정보의 약자도 아니다. 어떤 부위를 촬영해야 하는지, 어떤 자료를 요청해야 하는지, 시공사의 설명에서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를 파악하고, 필요하면 외부 전문가에게 검증을 의뢰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입주민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발주기관과 관리주체도 관련 기준과 유사 사례를 확인하고, 외부 전문가의 검토를 통해 시공사의 판단과 대응이 적정한지 검증한다.

이제 건설사가 단순히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상황을 정리할 수는 없다. 어떤 조사와 기준을 근거로 판단했는지, 공사 중 해당 부위를 어떻게 관리했는지, 추가 점검이나 보수가 필요하다면 어떤 방식으로 조치하고 재확인할 것인지까지 설명해야 한다.
입주민이 전문 드론업체에 의뢰해 외벽 하자를 조사하는 현실은 건설사가 먼저 변했다는 증거가 아니다. 건설사의 설명만으로는 안심하기 어렵다고 느낀 입주민들이 직접 검증에 나서고 있다는 증거다. 입주민의 조사와 대응 방식은 이미 달라졌다. 이제 변화해야 할 쪽은 건설사다.

■ 하자를 숨기는 것이 정말 건설사를 보호하는가

건설사가 먼저 조사하면 더 많은 이상이나 미흡한 부분이 확인되고, 그에 따른 보수비용도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문제의 발견을 늦춘다고 해서 그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작은 누수라도 방치하면 단열재와 마감재의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고, 외벽의 균열이나 마감재 들뜸, 박락도 시간이 지날수록 보수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초기 대응을 미루면 보수비용뿐 아니라 입주민의 불신도 함께 커진다.

하자 분쟁이 커지는 이유는 단지 하자가 존재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건설사가 문제를 축소하거나 설명을 회피하고, 반복해서 보수하면서도 정확한 원인을 밝히지 못할 때 입주민의 불신이 쌓이고 갈등은 더 커진다.
투명한 품질관리란 확인된 모든 현상을 곧바로 하자로 단정하거나 책임을 일괄적으로 인정하자는 뜻이 아니다. 발견된 현상을 객관적으로 기록하고 기술적으로 분류한 뒤, 조사 결과와 판단 근거, 조치계획과 처리 결과를 이해관계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관리하자는 것이다.

무조건 "이상 없다"고 말하는 것보다 확인된 현상과 판단 근거, 필요한 조치와 점검 계획을 투명하게 설명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건설사의 신뢰를 높이고 분쟁의 위험도 줄인다. 문제를 먼저 드러내고 관리하는 것은 건설사의 약점을 공개하는 일이 아니라,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는 증거를 남기는 일이다.

■ 드론을 띄우면 품질관리가 스마트해지는가

드론은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고층 외벽을 넓은 범위에서 촬영하고, 동일한 구간을 반복 관찰해 변화 여부를 비교하는 데 유용하다. 균열과 들뜸, 박락 등 외관상 이상 징후를 확인하고 기록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그러나 드론을 활용했다는 사실만으로 품질관리가 곧바로 스마트해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촬영을 했느냐가 아니다. 촬영자료에서 이상 부위를 찾아내고, 그 위치를 도면과 연결하며, 정밀점검이 필요한 부위를 선별하고, 보수와 재점검 결과까지 하나의 이력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스마트 품질관리의 핵심은 첨단 장비 자체가 아니라, 장비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와 현장의 업무 절차를 연결하는 데 있다.
공사 중에는 디지털 균열관리대장 등을 활용해 이상 부위의 위치와 사진, 균열의 폭과 길이, 확인 시점, 조치 내용과 재점검 결과를 지속적으로 기록해야 한다.
준공 전에는 드론과 영상분석 기술을 활용해 외벽을 점검하고, 확인된 이상 징후를 도면상의 정확한 위치와 기존 품질기록에 연계해야 한다.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부위에는 균열계나 변위계, 촬영장비 등을 활용해 변화 여부를 추적할 수 있다.
준공 후에는 입주자의 하자 접수 정보와 공사 중 품질기록을 연계해 동일 부위의 과거 상태와 조치 이력을 확인해야 한다.
여기에 인공지능 기반 분석과 디지털 플랫폼을 결합하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하자 유형과 취약 공종을 찾아내고, 그 결과를 다음 현장의 설계, 시공, 점검 기준에 반영할 수 있다.

스마트건설은 종이서류를 단순히 화면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다. 현장점검에서 시작해 이상 징후의 발견과 기록, 원인 분석, 보수, 재점검, 다음 현장에 대한 피드백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데이터 흐름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 이제 건설사는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건설사는 준공 후 하자를 단순한 민원이나 분쟁의 대상으로 봐서는 안 된다. 하자 예방과 조기 발견에 드는 비용을 불필요한 추가 지출이 아니라, 재시공과 민원 대응, 하자 감정과 소송 비용을 줄이는 선제적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공사 중 품질기록과 준공 후 하자관리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해야 한다. 입주민이 외부 전문업체에 별도의 검증을 의뢰하기 전에 건설사가 먼저 점검하고 조치해야 한다. 확인된 현상의 위치와 상태, 판단 근거, 조치계획, 보수 결과와 재점검 이력도 투명하게 기록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하자 발생 건수만으로 현장을 평가하는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공사 중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신속하게 조치한 활동은 실패가 아니라, 품질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성과로 평가해야 한다.
건설사가 하자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부실을 용인하거나 모든 책임을 미리 인정하자는 뜻이 아니다. 하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인정하고, 문제가 커지기 전에 먼저 찾아내 조치하며, 그 과정과 결과를 객관적인 기록으로 남기자는 의미다.

입주민이 하자를 입증하기 위한 자료를 모으기 전에 건설사가 품질을 설명할 수 있는 기록을 먼저 갖춰야 한다. 입주민이 외부 검증에 나서기 전에 건설사가 스스로 점검하고, 그 결과와 조치 내용을 투명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준공 후 하자에 대한 가장 좋은 대책은 준공 후에 시작되지 않는다. 공사 중의 선제적인 발견과 조치, 지속적인 기록과 재점검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더 정확하고 투명하며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스마트건설 기반의 품질관리다.
하자를 감추거나 없다고 주장하는 건설사보다, 하자를 먼저 발견하고 제대로 해결하며 그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건설사가 신뢰를 얻는다. 이제 건설사의 경쟁력은 '하자가 없다고 말하는 능력'이 아니라, '하자를 관리하고 신뢰를 증명하는 능력'에서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