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규용 한국건축시공학회장> http://www.conslove.co.kr/news/articleView.html?idxno=89513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가'를 설계하는 것이 핵심
해체설계, 독립된 엔지니어링 행위로 인정받아야
건축물과 산업시설은 언젠가 수명을 다하고 해체된다. 우리는 오랫동안 해체를 신축의 반대 과정, 즉 만들어진 순서의 역순으로 철거하는 작업 정도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해체 대상은 준공 당시의 구조물이 아니다. 해체는 우리가 정확히 알지 못하는 구조물을 대상으로 하는 고도의 위험관리 과정이다.
■ 내구연한이 경과한 시설물은 우리가 알던 구조물이 아니다
신축은 설계도서에 따라 구조적 안전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반면 해체는 수십 년 동안 사용된 구조물을 대상으로 한다. 그 동안 증축과 개조, 용도변경이 이루어지고 균열·부식·피로·화재와 같은 다양한 요인이 구조성능에 영향을 미친다. 설계도면이 남아 있더라도 현재의 구조상태를 그대로 설명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더욱이 해체가 시작되면 상황은 계속 변한다. 기둥이나 보, 가새 하나를 제거할 때마다 하중전달 경로와 구속조건이 달라진다. 어제까지 안전했던 구조물이 오늘 하나의 부재를 제거하면서 전혀 다른 구조물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신축 당시의 도면을 거꾸로 읽는 것으로 안전한 해체순서를 결정할 수 없다.
■ 해체사고의 핵심은 불확실성 관리에 있다
해체공사에는 다양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도면과 실제 구조가 일치하는지, 접합부가 어느 정도 성능을 유지하고 있는지, 내부에 어느 정도의 부식과 손상이 있는지, 과거 어떤 구조변경이 이루어졌는지 완벽하게 알기 어렵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해체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위험으로 나타난다. 특정 부재의 절단이 예상하지 못한 하중재분배를 일으키고 작은 변형이 좌굴이나 전도, 연쇄붕괴로 확대될 수 있다.
따라서 해체사고를 단순한 작업자의 실수나 시공순서 위반으로만 설명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무엇을 알고 있으며,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 불확실성을 어떻게 관리했는가를 살펴야 한다.
해체안전의 출발점은 위험을 모두 알고 있다는 전제가 아니라, 알지 못하는 위험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인식이어야 한다.
■ 공정계획 중심에서 '위험 시나리오 관리'로 전환해야 한다
기존 해체계획은 어느 층을 먼저 철거하고, 어떤 장비를 사용하며, 어떤 순서로 작업할 것인가와 같은 공정계획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고위험성 시설물에서는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앞으로는 '어떻게 해체할 것인가'와 함께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가'를 설계해야 한다. 부재를 제거했을 때 하중이 어디로 이동하는지, 예상하지 못한 변형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어느 수준에서 작업을 중단할 것인지에 대한 위험 시나리오가 해체계획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즉 조사→위험예측→해체→계측→검증→위험 재평가의 과정이 반복되어야 한다. 계획과 실제 거동이 다르면 작업을 멈추고 원인을 확인하며, 필요하면 보강하거나 해체공법과 순서를 변경해야 한다. 해체계획은 고정된 문서가 아니라 현장의 정보를 반영하면서 지속적으로 갱신되는 위험관리 체계가 되어야 한다.
■ 국가가 해체시공을 독립된 기술영역으로 다루어야 한다
앞으로 노후 건축물뿐 아니라 발전소, 플랜트, 굴뚝, 사일로, 대형 철골구조물 등의 해체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이제 해체를 건설공사의 마지막 부수공정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특히 사고 시 대규모 피해가 예상되는 시설은 '고위험성 해체시설물'로 특정하고 별도의 기술적 관리체계를 적용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고위험 시설물의 분류기준, 기존 구조물의 불확실성 평가, 단계별 구조안전성 검증, 붕괴 위험 시나리오, 실시간 계측과 위험경보, 작업중지 기준 등을 체계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해체계획을 단순한 작업계획이 아니라 '해체설계'라는 독립된 엔지니어링 행위로 인정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신축은 구조적 안전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해체는 그 안전성을 단계적으로 제거하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위험을 통제하는 과정이다. 출발점부터 목적과 위험의 성격이 다르다.
해체는 신축의 역순이 아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구조물의 마지막을 안전하게 설계하는 또 하나의 전문 건설기술이다.
<칼럼: 김규용 한국건축시공학회장> http://www.conslove.co.kr/news/articleView.html?idxno=89513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가'를 설계하는 것이 핵심
해체설계, 독립된 엔지니어링 행위로 인정받아야
건축물과 산업시설은 언젠가 수명을 다하고 해체된다. 우리는 오랫동안 해체를 신축의 반대 과정, 즉 만들어진 순서의 역순으로 철거하는 작업 정도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해체 대상은 준공 당시의 구조물이 아니다. 해체는 우리가 정확히 알지 못하는 구조물을 대상으로 하는 고도의 위험관리 과정이다.
■ 내구연한이 경과한 시설물은 우리가 알던 구조물이 아니다
신축은 설계도서에 따라 구조적 안전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반면 해체는 수십 년 동안 사용된 구조물을 대상으로 한다. 그 동안 증축과 개조, 용도변경이 이루어지고 균열·부식·피로·화재와 같은 다양한 요인이 구조성능에 영향을 미친다. 설계도면이 남아 있더라도 현재의 구조상태를 그대로 설명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더욱이 해체가 시작되면 상황은 계속 변한다. 기둥이나 보, 가새 하나를 제거할 때마다 하중전달 경로와 구속조건이 달라진다. 어제까지 안전했던 구조물이 오늘 하나의 부재를 제거하면서 전혀 다른 구조물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신축 당시의 도면을 거꾸로 읽는 것으로 안전한 해체순서를 결정할 수 없다.
■ 해체사고의 핵심은 불확실성 관리에 있다
해체공사에는 다양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도면과 실제 구조가 일치하는지, 접합부가 어느 정도 성능을 유지하고 있는지, 내부에 어느 정도의 부식과 손상이 있는지, 과거 어떤 구조변경이 이루어졌는지 완벽하게 알기 어렵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해체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위험으로 나타난다. 특정 부재의 절단이 예상하지 못한 하중재분배를 일으키고 작은 변형이 좌굴이나 전도, 연쇄붕괴로 확대될 수 있다.
따라서 해체사고를 단순한 작업자의 실수나 시공순서 위반으로만 설명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무엇을 알고 있으며,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 불확실성을 어떻게 관리했는가를 살펴야 한다.
해체안전의 출발점은 위험을 모두 알고 있다는 전제가 아니라, 알지 못하는 위험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인식이어야 한다.
■ 공정계획 중심에서 '위험 시나리오 관리'로 전환해야 한다
기존 해체계획은 어느 층을 먼저 철거하고, 어떤 장비를 사용하며, 어떤 순서로 작업할 것인가와 같은 공정계획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고위험성 시설물에서는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앞으로는 '어떻게 해체할 것인가'와 함께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가'를 설계해야 한다. 부재를 제거했을 때 하중이 어디로 이동하는지, 예상하지 못한 변형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어느 수준에서 작업을 중단할 것인지에 대한 위험 시나리오가 해체계획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즉 조사→위험예측→해체→계측→검증→위험 재평가의 과정이 반복되어야 한다. 계획과 실제 거동이 다르면 작업을 멈추고 원인을 확인하며, 필요하면 보강하거나 해체공법과 순서를 변경해야 한다. 해체계획은 고정된 문서가 아니라 현장의 정보를 반영하면서 지속적으로 갱신되는 위험관리 체계가 되어야 한다.
■ 국가가 해체시공을 독립된 기술영역으로 다루어야 한다
앞으로 노후 건축물뿐 아니라 발전소, 플랜트, 굴뚝, 사일로, 대형 철골구조물 등의 해체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이제 해체를 건설공사의 마지막 부수공정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특히 사고 시 대규모 피해가 예상되는 시설은 '고위험성 해체시설물'로 특정하고 별도의 기술적 관리체계를 적용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고위험 시설물의 분류기준, 기존 구조물의 불확실성 평가, 단계별 구조안전성 검증, 붕괴 위험 시나리오, 실시간 계측과 위험경보, 작업중지 기준 등을 체계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해체계획을 단순한 작업계획이 아니라 '해체설계'라는 독립된 엔지니어링 행위로 인정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신축은 구조적 안전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해체는 그 안전성을 단계적으로 제거하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위험을 통제하는 과정이다. 출발점부터 목적과 위험의 성격이 다르다.
해체는 신축의 역순이 아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구조물의 마지막을 안전하게 설계하는 또 하나의 전문 건설기술이다.